방명록

OS X 따라 하다 실패한 윈도우 8

1. 시작 버튼을 없애다

MS가 요즘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향력이 준 것도 아닙니다. 다만 IT 분야의 기술이 기존 PC 분야에서 태블릿, 스마트폰 등으로 확산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특히 윈도우의 경우 윈도우 8이 나오면서 애플의 방식을 채용했는데 이것이 발목을 잡아버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애플의 맥은 전통적으로 시작 메뉴가 없습니다. 그냥 폴더를 찾아 들어가서 앱(App:Application)을 실행시켰습니다. 그래도 맥 사용자들은 불평 없이 잘 사용했습니다. 처음부터 없었으니 불편한 줄 몰랐죠. 그리고 불편한 사람들은 단축 아이콘을 나눔고딕화면으로 끌어오던가 독(윈도우의 작업 표시줄에 해당)에 등록하여 사용했습니다. 

Windows 8의 시작 버튼

그러다가 나온 것이 iOS 나눔고딕화면과 같은 런치패드(Launchpad) 화면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윈도우 8에서 선보인 시작 화면입니다. 윈도우 8의 시작 화면도 윈도우 폰 나눔고딕화면인 Style UI와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용자가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이유는 윈도우는 전통적으로 시작 버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MS는 "시작 화면이 시작 버튼에 있던 메뉴다."라고 항변하지만, 사용자들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Mac OS X의 런치패드

MS는 8.1 버전에서야 시작 버튼을 다시 되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시작 버튼은 애플의 런치패드 메뉴와 같을 뿐이지 사용자들이 원했던 과거의 시작 버튼 속에 리스트로 나오는 메뉴는 아닙니다. 윈도우 9 때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용자에게 굴복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밀고가느냐...

※App의 유래? 윈도우는 전통적으로 Programe 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맥의 경우는 Applicat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90년대 당시 이 Application 폴더를 줄여서 App이라고 폴더를 만들어 개인 응용프로그램 폴더로 쓰던 사용자들이 많았습니다. 이것이 아이폰으로 넘어오면서 App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습니다. 


2. 초기화면을 OS X의 런치패드 화면과 같은 시작 화면(스타일 UI)으로 만든 실수

아무래도 PC 화면에서는 이런 태블릿형 화면보다는 데스크톱형 인터페이스가 더 직관적입니다. 애플은 이 런치패드를 서브 화면으로 사용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메인 화면으로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8.1로 넘어오면서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는 메뉴를 추가시켰습니다. 따라서 애플 사용자들은 기존 사용환경에서 차츰차츰 런치패드 화면에 익숙해져 가는 형식을 취했고, MS는 처음부터 강제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거부감을 일으켰습니다. 

Windows 8의 시작 화면

Mac OS X의 런치패드 화면


3. 종료 버튼을 숨기다.

종료 버튼 숨기기는 애플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메뉴에 종료버튼이 있었지만, 전원 버튼을 컴퓨터 뒤에 숨겨놓는 것이 전통일정도 입니다. 필자가 맥을 처음 접했을 때도 전원을 켜는 방법을 몰라 한참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윈도우 8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윈도우 8은 숨은그림 찾기 수준입니다. 물론 전원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그래도 사람의 습관이라는 게 있습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왠지 강제종료의 느낌 같은 게 있어서인지 좀 찜찜합니다. 어쨌든 윈도우 8.1로 넘어오면서 종료 버튼을 다시 집어넣긴 했는데, 이것도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야 나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차라리 시작화면에 넣는 것이 더 직관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후 수정된 업그레이드를 기대합니다.


결론

위 세 가지의 경우 운영체제 관점에서 보면 아주 부수적인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이슈가 된 것은 외관이 너무 낯설게 바뀐 것이라는 겁니다. 사람이 같아도 성형수술을 하면 우리는 딴 사람으로 보는 거와 같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눈은 외향적 모습에 민감합니다. 내용의 충실함만큼 외간 상 포장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포장의 어색함이 만들어낸 거부감의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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